지난 2월말 스마트제조혁신협회(SMIBA)의 해외연수단과 함께 중국의 실리콘 밸리라 불리는 선전과 광저우를 방문하였다. 광저우에서 스마트 제조 관련 전시회(Smart Production Solutions Guangzhou 2025)를 참관하였고 선전에서는 텐센트와 BYD 기업을 방문하고 다장(DJI)의 드론 전시관을 둘러 보았다.
광저우는 인구가 1900만명, 선전은 1830만명이다. 7년 전에 방문하였을 때에 1200만명이었던 선전의 인구가 600만명이나 증가하여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구나 선전 인구의 절반은 20대와 30대로 구성되어 있을 만큼 젊은이들의 천국이다. 기업체의 임원도 30대 40대에서 많이 배출된다고 한다. 이들의 은퇴 후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으나, 선전을 젊고 활기찬 도시로 만드는 주역이 바로 그들이었다. 텐센트는 게임, 빅데이터와 AI, 위챗 등 정보통신 산업에서 최첨단을 달리는 대기업이다. BYD는 전기차 부문에서 테슬라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선 기업이다. 세계적 드론기업 다장(DJI)도 이곳의 명물이다. 광저우와 선전지역에서는 자율주행 택시와 드론 택시가 시험 운행 중이었다.
전기차 부문 세계 1위로 올라선 BYD
중국은 개소린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뒤떨어졌으나 전기차 생산은 앞서 나아가겠다는 선언을 한 뒤 2012년에 “에너지절약 및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발전계획 2012-2020”을 발표한다. 그리고 제13차 5개년계획이 끝날 무렵인 2020년에 국무원은 2025년까지 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량 비중을 20%로 끌어올린다는 “신에너지 차량 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결실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 2024년 전기차 시장에서 세계 17%를 차지하면서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고 그 추세를 계속 이어간다는 열기가 대단하다. BYD(Build Your Dreams)가 바로 그 주역이다. 1995년에 설립된 이 기업이 2022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 생산에 집중하여 이제 테슬라를 제치게 된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 진출은 아직 미미하나 성장 속도가 위협적이다.
BYD가 생산하는 주종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이며 반도체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철도교통 등에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전기차는 2023년 중국 내수의 35%를 점유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을 이렇게 끌어 올린데는 중국의 배터리 생산기술의 혁신이 있었다. 인산철(LFP) 배터리의 상용화에 성공하여 테슬라보다 20%나 저렴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여기에 차체-배터리 일체화 설계를 이룩한 e-플랫폼 3.0도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선전은 배터리 오토바이 천국이다. 오토바이가 이동 수단으로 일상화된 것도 저렴한 인산철 배터리 덕분인 것 같다. 배터리 기술이 자동차에서 성공하자 드론 그리고 작은 오토바이에서도 널리 사용되게 된 것이다.
전기차를 포함한 자동차 전체로는 현대-기아차가 세계 3위, BYD는 세계 9위를 차지하고 있다. 2030년까지 세계 5위권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성장 속도가 아주 빠르다. 2020년 45만대 판매에서 2023년 303만대(2024년 360만대 추정) 판매로 급속 성장하였다.
세계 1위 드론 기업 다장(DJI)
미래 물류, 이동 및 군사를 이끌어갈 드론 제조기업 다장 인노베에션은 2006년에 선전에서 설립되었다. 소비자용, 농공상 및 서비스 산업용, 군사용 등으로 쓰일 다양한 종류의 드론 샘플과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물이 정리되어 있다. 왕타오가 홍콩 과기대에서 연구 개발한 것을 받아들여 설립되었으며 이후 팬텀, 맥빅, 인스파이어 등 혁신적인 드론 제품을 출시하여 글로벌 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하였다. 현재 DJI는 전 세계 소비자용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촬영용 외에 농업, 건설 등 산업용 드론과 보안, 재난구조용, 그리고 미래 군사 부문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미 2인승 드론 택시를 시험 운행 중이라고 한다. 한국의 물류 및 농업 등 다양한 관련 산업 인사들도 자주 찾아 상담하고 필요한 드론을 주문한다고 하였다.
Tensent(騰迅)와 바로 옆에 있는 창업 혁신 단지
텐센트는 소셜 네트워킹(위챗, QQ), 게임(왕자영요, PUBG Mobile),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텐센트 비디오, 텐센트 뮤직), 핀테크(위챗페이), 클라우드 컴퓨팅(텐센트 클라우드)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기업이다. 텐센트 쇼룸은 7년 전에 비해 완전히 달라졌다. 전에는 B2C 중심에서 이제는 AI 시대에 걸맞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한 스마트 제조 혁신 등 B2B 모델로 확장하였다. 글로벌 게임 시장 확장에 역투하여 현재 세계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소셜 네트워킹 시장은 약 70%, 중국 핀테크 시장도 약 60%를 점유하는 세계적 대기업이다. 이곳에서 2시간여 우리 연수단과 함께 스마트제조 혁신에 관한 세미나도 열었다.
텐센트 빌딩 바로 앞에 첨단 창업 단지가 들어서 수많은 젊은이가 이곳으로 모여들어 혁신의 꿈을 펼치고 있다. 인근의 중국 최대 전자제품 및 반도체 부품 시장인 화창베이와 더불어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우리나라의 판교나 구로 밸리와 같이 혁신을 시도하고 유니콘 기업을 창업하려는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현장이다. 창업 분야의 내용도 AI, 배터리, 빅데이터, 통신, 전기차, 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 아이디어를 내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금융지원을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기업의 아이디어 발표장에는 에인절 자본이 늘 함께 참여하여 사업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면 즉시 시험 투자한다. 이곳 선전에서는 민간 자본가에 더하여 정부가 투자를 지원하는 체제였다. 아이디어가 좋으면 당국이 나서서 사업화 부담을 덜어주는 식이다. 이러한 창업 단지의 활성화가 이 도시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이로부터 주강변을 따라 광저우로 이어지는 제조업 및 첨단 산업 벨트가 광동성의 신기술 신산업 벨트를 형성하여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건너편 홍콩은 오히려 정체되고 있는데 이곳 선전은 중국의 미래 산업을 뒷받침할 최첨단 산업도시로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침체와 혁신의 양면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중국경제의 당면과제
인구 14억 명에 GNP 규모 19조 달러로 미국의 29조 달러에 이어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는 중국경제는 지난해 5% 정도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3위인 독일이 4.6조 달러, 우리나라는 1.8조 달러로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경제는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 트럼프의 미국과 무역 갈등, 그리고 내수 침체 등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새로 취임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인상을 비롯한 대중 무역규제 강화는 대미 수출감소와 신기술 산업의 발전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 일자리 감소와 소득감소로 위축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내수를 어떻게 진작시킬 것인가 하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중국은 내수와 전통산업의 침체를 극복하는 한 가지 돌파구를 신기술 산업에서 찾고 있다. 지난 3월 초 끝난 양회에서도 AI 산업과 바이오 공학, 양자 기술, 6세대 통신 기술(6G)의 발전을 목표로 내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 드론, 배터리 등을 포함하여 전통산업의 공장 스마트화 등 빠른 산업혁신을 추진하기로 다짐하였다. 그 전위대가 이곳 선전과 광저우 등 중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곳의 성패가 중국경제의 장래를 결정할 것이다. 앞으로 이곳에서 일어나는 기술혁신과 새로운 산업의 등장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번 방문에서 열정에 찬 젊은 인재들이 속속 모여들어 AI 등 최첨단 신기술에 활발히 도전하는 모습을 보았다.
[출처] 중국의 실리콘 밸리‘선전’을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