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3 계엄이후 6개월만에 새정부가 출범하였다. 역사적으로 평가하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놀라운 위기극복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국민과 시민의 역할이 컸다. 평화로운 시위와 대응으로 탄핵정국을 정상으로 회복시켰기 때문이다. 국회와 헌재 등 국가기관도 제대로 역할을 하였다. 해방후 4.19혁명, 72 유신반대, 5.18 민주화, 6.10 항쟁, 촛불시위 등 위기 때마다 민주화를 진전시킨 값진 경험이 쌓여 이번에도 눈부신 성과를 낸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앞으로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나를 고민할 때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방향과 비전이 무엇인가? 늘 그러했듯 경제성장이 목표인가 아니면 민주주의 강화인가 아니면 법치개혁인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나? 필자는 이글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 볼 예정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간존중의 사회’로 가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인간으로써 존중받고 각자가 타고난 재능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그러한 세상을 말한다. 사람은 생명체로서 누구나 평등하다. 빈부차이, 유무식차이, 지역차이, 남녀구분, 인종차이, 세대차이 등 가릴 것 없이 모두 이성과 감성을 가진 개성있는 평등한 존재다.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받고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 즐거운 것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회가 인간존중의 사회이다. 이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설익은 권력투쟁이나 이권투쟁을 위해서 인간 본연의 기본가치를 무시하거나 저버림이 없는 사회를 말한다.
개인은 행복한 삶을 바란다
인간은 누구나 본성인 이성과 감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성과 감성이 자유롭게 발휘될 때 만족을 느끼고 행복을 기대할 수 있다. 일찍이 공자는 인간의 삶을 지호락(知好樂) 추구 과정이라고 말하였다(논어 옹야편). 이 중에서 好는 좋아하는 것, 樂은 즐거운 것으로 지도 중요하지만 호와 락이 더 중요하다는 요지이다. 지는 이성에 기반하여 사실을 아는 것이나 호락은 감성적인 것으로 인간의 행복을 이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곳을 찾아 여행하며,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들은 다 감성의 촉수를 뻗쳐 이루어지는 것들이다. 이러한 때 에너지가 발동된다. 감성의 문이 열리면 그 중에서 나에게 맞는 일, 사람, 장소 등을 더욱 열심히 접하고 찾고 만나고 노력하면서 일상화하여 락을 얻게 된다. 이러한 것들을 이웃과 더불어 함께 나누고 누리면 락은 더욱 깊은 경지에 이른다. 이를 필자는 호락극대화(J max) 추구라고 부르고 있다. 호락극대화가 잘 이루어지면 행복한 삶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복한 좋은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건강(Health), 자유(Freedom), 소통과 관계(Communication and Relation)라는 세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건강하고 자유롭고 소통과 관계가 가능한 조건들이 충족되어 호락추구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우리는 행복한 좋은 삶을 실현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삶이 자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자기가 속한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고대 노예제 사회에서 노예로 태어난 사람은 아무리 호락극대화를 추구해도 꿈을 이룰 수가 없다. 세계대전속에서 태어나 전쟁터로 끌려 나아간 사람들도 이를 이룰 수가 없다. 우리가 경험하였듯이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어 군사통치가 이루어지는 사회에서도 자유로운 호락추구는 불가능하거나 제약을 받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떠한 사회인가가 행복의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 따라서 우리가 호락추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문화사회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그러한 사회를 인간존중의 사회라고 하였다. 인간존중의 사회란 첫째 모든 사람의 생명가치를 존엄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 둘째 누구나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사회, 셋째 서로 평등한 인간으로서 신뢰하며 교제하는 사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개인은 좋은 삶을 이룰 수 있는 에너지를 발휘하게 된다.
기본가치의 실현이 중요
인간존중의 사회로 가려면 이에 필요한 기본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존중의 기본가치는 생명, 자유, 신뢰,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이성과 감성을 가지고 태어난 생명체라는 점에서 존엄성을 가진다. 생명존중은 그 존속을 보장하고 번영을 누릴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생명체로서 신분평등이 이루어지면 호락극대화를 위한 에너지가 창출된다. 다음에 각자의 삶을 만들어갈 자유가 있어야 한다. 누구나 타고난 개성과 재능을 자유롭게 학습하고 연마하여 충분히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속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되고자 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가 확대되면 활동의 에너지가 생성된다. 그런 사회가 인간존중의 사회이다. 또한 인간은 혼자서 살지 못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사는 존재다. 가족, 학교, 직장, 일반 사회생활을 끊임없이 이어가며 살아간다. 원만한 조직 및 사회생활을 위해서 서로 소통하는 언어와 다양한 문화 예술이 필요하다. 음악, 미술, 영화, 드라마, 여행, 공연, 체육경기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서로 믿는 신뢰기반이 중요하다. 정직성과 전문성 등이 신뢰를 높이며 공직자의 경우 사익이 아니라 공익을 내세울 때 신뢰가 높아진다. 이러한 신뢰라는 덕성은 생명, 자유와 더불어 인간존중의 사회를 만드는 기본가치의 하나이다. 이러한 기본가치들을 실현하는 것은 인간존중의 사회가 할 일이다.
어떻게 실현-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가 중요
기본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나? 이를 위한 도구 즉 수단적 가치들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가 대표적인 것들이다. 물론 이들 수단을 집행할 국가가 필요하다. 주권국가가 없으면 이들은 실현될 수 없다. 실제로 우리가 일제강점기에 경험하였듯이 식민지 혹은 종속국에서는 인간존중을 실현하기 어렵다. 식민지 국민의 차등이 있었고 자유롭게 기업을 하거나 교육을 받지 못하며 직업선택의 자유가 제한되었다. 사회관계의 신뢰기반이 형성될 수 없었다. 그러한 속에서는 인간존중의 문화가 자리잡을 수가 없다.
민주주의는 국민주권을 바탕으로 한다. 개인의 주권과 선택권을 존중한다.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데 다수결의 원칙을 사용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제도이다. 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경제적 풍요를 만들어 물질적 자유를 이루는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나의 호락을 추구할 때 문제점이 생긴다. 나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타인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된다는 타자위해 방지 원칙이 필요하다. 법이 만들어지고 이를 집행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사회구성원들의 타고난 기본권을 보장하고 자유로운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법제정과 공정한 집행 즉 법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 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등 수단적 가치들은 기본가치를 실현하는데 중요한 수단이지만 문제점도 많다. 다수결의 원칙에서 소수의견이 옳을 때도 있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인종, 각종 이익집단, 양극화 등 차별적 사회에서 갈등과 대립이 격화될 수도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지혜가 필요하다. 시장경제는 경제적 부를 증가시켜 일자리와 소득을 증가시키지만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그것은 새로운 신분 불평등을 만들어 낸다. 강자의 불공정도 자주 발생한다. 법치가 중요하지만 법권력이 지배하면 문제다. 좋은 법제정과 법집행의 공정성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겪고 있듯이 법집행이 편파적이거나 법조 카르텔이 형성될 수도 있다. 이러한 단점 혹은 부작용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은 늘 개혁과 개선을 하여야 하는 수단적, 보완적 가치인 것이다.
보완가치란 인간존중의 기본가치 실현에 도움을 주는 그러한 가치들이다. 이들의 목표가 달성되어도 인간존중의 기본가치는 훼손될 수 있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선거를 하였으나 포퓰리즘으로 당선된 자가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경우, 경제성장률이 높게 나타났으나 독점에 의한 빈부격차가 심화되어 양극화로 생명과 자유를 제약 할 수 있다. 민주주의, 경제성장, 법치 등의 보완가치가 왜곡되면 기본가치가 무너질 수 있다.
언제나 기준은 기본가치 실현에 있다
보수와 진보, 민주와 독재 등 어떤 정권이냐와 관계없이 인간존중의 기준은 항상 기본가치 실현 여부에 있다. 각 시대에 인간존중이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가, 인간존중의 기본가치인 생명존중, 자유확대, 신뢰구축 등이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가가 항상 평가의 기준이 된다. 이를 실현하지 못하고 부작용이나 결함이 돌출하게 되면 언제나 이를 개혁하여야 한다. 그것은 국민주권이 할 일이다.
[출처] 우리는 인간존중의 사회를 바란다